생각

미 대선 D-100, 카밀라 해리스가 후보가 된 배경과 영향력

베르두엥 2024. 8. 2. 19:30

 

 

2024년 7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미국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다음 후보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후보는 크게 두 명으로 좁혀졌다. 카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그리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다.

카밀라 해리스가 미셸 오바마보다 선호된 이유

이 둘 중에 미셸 오바마가 후보가 되지 않고 카밀라 해리스가 후보가 된 것은 크게 놀랍지 않은 일이다.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 일단 미셸 오바마는 특유의 사회운동과 활동으로 호감도가 매우 높은 인물이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정계에서 활동한 적은 없는 인물이기에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호감도가 높은 인물이라도 그 사람이 정계에 진출했을 때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흙탕에 빠지게 되는지는 대한민국 대선만 봐도 알 수 있다.(반기문, 안철수 등이 생각난다.)

 

물론 미셸 오바마는 추후 미국 대통령의 자리를 충분히 노려볼만한 인지도와 호감도를 가진 인물이지만 이런 인물을 대선이 불과 100일 남은 시점에 후보로 내는 것은 미셸 오바마 본인도, 민주당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미래의 강력한 패를 지금 꺼내기는 꺼려진다.

 

결점투성이인 인물이 쉽게 미국 대선 레이스를 치룰 수는 없다. 카밀라 해리스는 어느 정도 검증된 인물이다. 그녀는 일단 미국 부통령이기 때문에 미 대선을 치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어느 리스크가 있는지 대선 캠프가 이미 파악하고 있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정치자금 때문이다. 미국 법 상 조 바이든 대선 캠프로 모인 대선 자금을 카밀라 해리스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러닝메이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셸 오바마는 조 바이든-카밀라 해리스의 대선 캠프로 모인 대선 자금을 쓸 수 없는 입장이다. 미국 대선은 물론 인물도 중요하지만, 돈도 정말 중요한 요소다. 바로 대선 자금을 쓸 수 있는 해리스는 오바마에 비해 신속하게 전국에 자신의 이름을 건 캠페인을 펼칠 수 있다.

 

따라서 해리스는 어찌보면 순리에 따라 대선 후보의 자리에 올랐다. 

 

카밀라 해리스 효과? 분명 있다.

카밀라 해리스는 미국 부통령이었고 사실 미국 부통령 자리는 그리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미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보통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현직 대통령의 호감도를 따라간다. 그래서 카밀라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호감도는 35%대였다. 조 바이든의 국정지지율보다 약간 낮거나 비슷하다.

 

하지만 이제 조 바이든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조 바이든 사퇴 후 카밀라 해리스 vs 도널드 트럼프의 여론조사는 현재 반반이다.

 

현재의 여론조사는 대부분의 경우에 두 후보의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여주고 있다.

National : President: general election : 2024 Polls | FiveThirtyEight

 

National : President: general election : 2024 Polls

The latest political polls and polling averages from FiveThirtyEight.

projects.fivethirtyeight.com

해당 페이지에서 미국 전국단위 조사에서의 지지율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경향성이라면

두 후보의 순수 양자 대결에서는 트럼프가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고

케네디를 포함한 3자 대결의 경우에는 케네디가 트럼프의 표를 약간 잠식해 해리스가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불과 몇 주 전 바이든 VS 트럼프에서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트럼프의 오차범위 내 우세 혹은 오차범위 외 우세를 점치던 것과는 달리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갈 곳 잃은 트럼프의 '바이든은 늙었다.' 캠페인

지금껏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바이든을 공격하고 중도층을 설득했던 가장 큰 메세지 중 하는 '바이든은 늙었고 트럼프는 강하다.'는 것이었다. 이 메시지는 분명히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트럼프도 고령의 노인이지만 더 늙은 바이든이 있었기에 오히려 이 점을 상대적 젊음으로 커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둘 다 꼴보기 싫지만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것 같은 바이든을 뽑기보단 정정해보이기라도 하는 트럼프를 뽑자는 마인드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캠페인이 힘을 잃었다. 바이든은 갑자기 대선 레이스에서 사라졌고, 상대로 나타난 것은 59세의 매우 건강해보이는 카밀라 해리스다. 트럼프는 이제 78세다.

 

약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카밀라 해리스의 '소수자' 정체성

카밀라 해리스가 가지는 '소수자' 정체성(흑인, 비백인)은 기존에 바이든에 실망해 이탈한 민주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에는 매우 강력한 무기이지만, 중도층을 공략하는 외연 확장에 있어서는 커다란 약점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며 저소득 중도층이 트럼프 지지로 확실히 방향을 정한 이유는 민주당의 '소수자 대표' 정치에 거부감과 피로를 느꼈기 때문이다. 카밀라 해리스가 큰 임팩트를 보여주며 대선판의 한가운데 등장해도 해리스의 지지율이 각종 실언과 행동으로 무너지기 전의 바이든 지지율과 거의 동률인 부분은, 카밀라 해리스가 외연 확장에서 딱히 강점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야 기존처럼 균형을 맞춘 미 대선구도, 이제는 카밀라 해리스의 100일 동안의 행적이 승패를 가른다.

사실 바이든의 실언과 행동이 너무나 임팩트가 커서 이례적으로 미국 대선의 구도가 크게 틀어진 것에 가깝다. 정상적인 범주의 겉모습과 발언을 보여주는 카밀라 해리스의 등장으로 민주당이 겨우 대선 구도를 '정상화'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카밀라 해리스를 비추는 이 순간 그녀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 중도층을 민주당으로 끌어오느냐가 앞으로 미국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가 그다지 특출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는 이번 미국 대선이 총 득표수는 밀리지만 선거인단 수는 앞서는 모습으로 트럼프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해리스가 뛰어난 모습으로 선거 운동을 마친다면, 해리스도 충분히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어느 쪽이 이기든 초접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